양식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허브를 나의 생각대로 소개하며 써보려 한다! 12가지 허브 중 오늘 써볼 허브들은 차이브, 타임, 로즈메리, 딜이다!
1. 차이브 Chive
차이브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서양 부추? 이런 느낌이 강하다. 한국 부추는 납작하다면 서양 차이브는 가운데가 뻥 뚫린 원기둥 모양이다. 배달받는 곳과 시기에 따라 가끔은 정말 부추같이 단단할 때도 있고 어쩔 때는 굉장히 여릴 때도 있다. 한식에서는 쪽파를 쫑쫑 썰어 볶음밥이나 갈비찜이나 어느 음식에나 마무리 데코를 하듯이 내 느낌에는 여기도 뭐 별 특별하게 가니쉬 할 게 없고 뭔가 초록색이 부족하다 싶으면 쫑쫑 썬 차이브를 뿌리는 듯하다. 맛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차이브도 둔한 칼로 썰면 가끔 맵다고 느낄 때가 있다. 파나 양파 써는 것처럼. 근데! 신기하게 먹고 나서는 입 안에 그 맛이 남지 않는다. 맛이 있다기보다는 파의 향만 연하게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차이브는 계란, 감자, 사워크림이랑 가장 맛있게 먹게 되는 것 같다. 부드러움 속 옅은 알싸함.
2. 타임 Thyme
Do you have thyme?
No I don't have time. Don't you see I'm busy?
같이 일하는 친구와 이런 몹쓸 개그를 하곤 한다. 한번 해봐요 다들. 생각보다 재밌어요. 신기하게 타임은 th 스펠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발음은 time이라는 것! 나만 그렇게 들리나 해서 찾아봤는데 원래 발음기호 자체도 그런 거였다. 역시 내 리스닝 스킬 칭찬한다!!ㅋㅋㅋㅋ 타임은 생으로도 향긋하고 스톡이나 고기를 구울 때 센 열을 받아도 향이 죽지 않는 아주 강력한 아이이다. 타임은 생선이나 닭 비린내를 잡는데 유용하고 스테이크를 구울 땐 마늘과 함께 넣어주면 향이 극락입니다.
지금 일하는 가게 바로 전에 일하던 피자리아에서 피자에 뿌려먹는 3종 오일을 항상 만들었었는데 그중 하나가 허브 오일이었다. 보통 타임, 오레가노, 시금치(색), (가끔씩) 세이지 이렇게 넣어서 만들었었는데 허브와 오일의 비율만 정해져 있고 허브는 그때그때 재고가 많이 남는 것들로 만들어졌다. 다른 허브들보다 타임이 많이 들어간 때에는 오일을 식힐 때 향이 굉장히 달콤했다. 벌써 1년이 넘은 기억이라 다시 한번 맡아보고 싶다. 킁킁.
3. 로즈메리 Rosemary
로즈메리는 요리를 하지 않았을 때도 익숙하던 허브였다. 한국에 살 때는 어릴 때부터 비염이 정말 심했어서 엄마가 매일 밤에 잘 때 로즈메리 오일 잠옷에 몇 방울 떨어뜨려주신 기억덕에 나에게는 로즈메리가 친숙하고 따뜻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허브이다. 특유의 시원한 향을 가진 로즈메리는 걸핏하면 너무 단조로울 수 있는 육고기에 산뜻함을 더해준다. 타임과 비슷하게 로즈메리도 생으로 사용하고 또한 열을 받아도 향이 유지되기 때문에 만능 허브이다.
우리 가족들은 삼겹살 구울 때 한인마트에서 파는 허브솔트를 뿌리는 걸 좋아하는데 저번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그 허브솔트 믹스에도 로즈메리가 있었던 것 같다! 기름진 삼겹살에도 고급진 향을 더해주는 로즈메리.. 미워할 수 없다. 인터넷에 로즈메리 요리를 치면 감자가 많이 나오는 듯하다. 그냥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4. 딜 Dill
딜! 딜!!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허브였다. 그냥 딜 잎을 떼어서 먹으면 솔직히 맛이 없다. 근데 이 녀석은 친구를 잘 만나면 케미스트리가 아주 중독성이 있다. 딜의 향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로즈메리는 화한 시원한 향이라면 딜은 부드럽게 바다 같은 시원함?이라고 나는 설명하겠다. ㅎ
한국에서는 레몬딜버터가 어떻게 유행이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으로부터 사람들이 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딜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차가운 해산물. 오이, 사워크림인 것 같다. 예전에 일하던 가게에서 새우, 셀러리, 오이, 요구르트, 마요네즈, 딜 이렇게 섞인 새우샐러드 샌드위치가 메뉴에 있어서 점심으로 먹었었는데 진짜 너무 내 스타일이어서 집에 와서 똑같이 만들어서 며칠 내내 먹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여름에! 진짜 잘 어울린다. 훈제연어와도 좋은 조합.
유튜브로 본 카페 밀우 브이로그에서 레몬과 딜로 청을 담가서 에이드로 메뉴를 만드신 걸 봤었는데, 딜을 음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딜에 대해서 공부하며 알게 된 사실은 딜이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서 수면을 촉진시킨다는 것. 하지만 임산부는 자궁수축의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점!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이름은 많이 들어본 딜 피클도 이 허브 딜이 브라인에 들어가기 때문에 불리는 이름이라고 한다.
3편으로 돌아오겠다! see you soon:)